새벽이
2019년 7월 9일 경기도 화성의 한 종돈장에서 태어난 새벽이는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가 잘리고 마취 없이 거세당했어요. 스톨에 갇혀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엄마 옆에서 사산되거나 밟혀 죽은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지냈습니다. 종돈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곰팡이성 피부염을 앓고 있었어요.

새벽이는 생후 2주 차에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한국 최초로 공개구조(Open Rescue)되었습니다. 구조되었을 때가 새벽이기도 했고, 동물해방의 새벽을 여는 동물권 활동가라는 의미에서 새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활동가의 집에서 실내 생활을 하던 유아기와 동물보호소에서 임시로 야외생활을 하던 시기를 거쳐 2020년 5월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해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어요.

생후 6개월이면 도살당하는 운명을 벗어난 새벽이는 이제 200kg을 훌쩍 넘는 건장한 돼지로 성장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고구마, 감자,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지만, 급격히 살이 찌도록 개조된 몸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도록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합니다. 종돈장에서 얻은 피부염이 심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돌봄도 필요하고요.

새벽이는 코로 흙을 파며 냄새를 맡거나 환삼덩굴, 바랭이풀 등 들에 자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즐기고, 신이 날 땐 쏜살 같이 내달려요. 날씨가 더운 날엔 스스로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가 체온을 조절하고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합니다. 잠들기 전엔 푹신한 지푸라기 침대를 몸에 꼭 맞게 정돈해요.

겨우내 언 땅도 헤집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한 코와 수박 한 통을 단숨에 으깰 수 있는 송곳니를 가진 새벽이의 강인함은 인간 중심적으로 오해된 돼지의 이미지를 깨부숩니다. 이 땅에서 농장 동물로 태어난 어떤 돼지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새벽이는 종 차별주의의 피해당사자이자 누구보다 강력한 동물권 활동가입니다.
잔디
2020년 2월에 태어난 잔디는 의약 회사로 추정되는 곳에서 실험 동물로 길러진 돼지입니다.

어렸을 때 실험실에서 탈출하려다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어요. 회사 측에서는 수술 후 회복이 더딘 잔디의 안락사를 요구했지만, 새벽이를 보호했던 활동가를 극적으로 만난 잔디는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잔디의 정확한 출생일은 알 수 없고 2월쯤 태어났다는 것만 알고 있어 봄의 시작인 입춘을 잔디의 생일로 정했습니다. '잔디'라는 이름에는 새벽이생추어리에 오기까지 힘든 여정을 지나 잔디처럼 생존력 강하게, 굳세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가을과 겨울을 활동가의 집에서 생활하며 체력을 회복한 잔디는 2021년 2월,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하여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줄곧 실내 생활만 했던 잔디는 생추어리에 입주하던 날 처음 흙을 밟았습니다. 코로 조심스럽게 흙냄새를 맡던 잔디는 점차 생추어리의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이제 마음껏 코로 흙을 파고 진흙목욕도 즐깁니다. 열심히 흙을 파서 등 근육도 발달하고 도랑 위를 훌쩍 점프할 만큼 다리도 튼튼해졌어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잔디는 여러 가지 채소가 담긴 밥그릇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골라 먹고, 입맛에 맞지 않거나 싫증 난 채소는 아예 남기기도 합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코로 활동가들의 다리나 엉덩이를 강하게 밀어서 요구하고, 불편한 상황에 놓일 땐 큰 소리로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해요.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배를 쓰다듬는 마사지 받기를 좋아한답니다!

잔디와 같이 실험 동물로 길러진 동물들은 인간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각종 실험에 신체를 착취당하면서도 인간이 아니기에 끝내 죽임당하는 종 차별주의의 피해자입니다. 강력한 삶의 의지로 다채로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잔디의 모습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다르다는 착각을 깨고, 비인간 동물을 취향과 고유한 성격이 있는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